앞서 <비전공자를 위한 이해할 수 있는 IT 지식>을 읽고 나서 이 책을 읽으니 좋았다. <비전공자를~>이 아주 쉽게 쓰인 대신 기초적인 내용만을 다루고 얕게 두루 파는 책이라면, 이 책은 개발 전반을 풀어서 아주 자세하게 쓴 책이다. 특히 저자가 금융권에서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신 분이라 그런지 그쪽 관련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업무 프로세스를 처음부터 끝까지 쭉 훑으면서 용어들도 알려주고, 개발하면서 알아야 할 것들도 알려준다. 아무것도 모르고 입사한 나에게 나이 좀 있고 친절한 선배님이 다가와 A부터 Z까지 가르쳐주는 느낌이다. 더불어 건강 관리나 스트레스 관리 같은 인생 팁까지. 한편으론 그래서 좀 지루한 면이 없지 않다. 줄줄줄 나오는 설명을 읽다 보면 '아아, 선배님, 그만요!'라고 외치고 싶다. 하지만 정말 중요하고 소중한 내용을 알려 주셔서 끝까지 다 읽었다.

개발자로 일할 수 있는 분야와 회사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 분야별 특징은 무엇인지, 문과생이 유리한 점이 무엇인지 등등 저자가 개발자로 일하면서 보고 듣고 겪고 느끼고 생각한 모든 것을 총망라한 책이다. 적어도 내겐 그렇게 보였다. 책의 마지막 장을 읽을 때쯤에는 자신의 인생을 되감기 해서 글을 쓰는 작가의 모습이 상상될 정도였다. 개발자니까 당연히 컴퓨터에 익숙하고 그래서 컴퓨터로 쓰셨겠지 하는 생각이 들긴 하지마는 그래도 왠지 손으로 꾹꾹 눌러 쓴 글씨로 원고를 완성했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아무튼 정성이 느껴지는 책이다.

이 책은 파트 1부터 6까지 여러 장으로 나뉘어 있고, 장마다 3에서 5 정도의 소단원이 있다. 이 중에서 내게 가장 도움이 된 내용은 'Part 2. 고객이 보는 화면과 직원이 보는 화면은 다르다'와 'Part 3. 업무 중심 개발자로 나아가야 한다', 그리고 'Part 5. 실제 현장에서 보는 프로그램 개발 과정'이었다. <비전공자를~>을 읽으며 알아본 프론트 엔드, 백 엔드 등의 용어 말고도 '채널단'과 '업무단'이라는 생소한 용어가 나왔는데, 각각의 개발을 위해 어떤 언어를 쓰는지, 최근 동향은 어떠한지도 자세히 나와 있었다.

특히 금융권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쓰는지,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어떤 점이 금융권 개발에서 중요한지 등에 관한 설명이 있었는데 나는 금융권은 생각이 없어서 너무 아쉬웠다. 하지만 단순히 '소프트웨어 개발'이 아니라 어떤 분야의 개발을 하고 싶은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어 좋다는 생각도 든다. 나는 금융권보다는 내게 익숙한 메신저나 할 일 관리 등 일상생활에 필요한 서비스를 만들고 싶다. 아니면 교육용 서비스도 좋다. 어떤 서비스든 개인의 발전에 도움이 되는 것이라면 더욱더 기쁜 마음으로 만들 수 있을 것 같다. 내가 쓰고 싶은 서비스를 만들면 좀 더 즐겁게 일할 수 있지 않을까?

+ Recent posts